
치매는 기억력 저하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손과 손가락의 미세한 변화가 더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본인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쉬운 신체 신호가 반복된다. 병원 현장에서는 “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았다가 치매 초기 소견을 확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손가락의 변화는 뇌 기능, 특히 운동 조절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증상이 겹쳐 나타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보다는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가락이 굳고 동작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
치매 초기에는 뇌에서 근육으로 내려가는 명령 속도가 떨어지면서 손가락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둔해진다. 단추를 잠그거나 동전을 집는 동작처럼 예전에는 자연스럽던 행동이 느려지고, 손을 움직일 때 한 박자 늦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단순히 힘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움직이려는 생각’과 ‘실제 동작’ 사이에 간격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변화는 관절 문제와 달리 통증이 거의 없고, 본인은 집중력 문제나 피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손 떨림과 미세 동작이 점점 어려워진다
초기 치매에서는 손이 크게 떨리는 경우보다 잔떨림이나 미세 조작 능력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글씨를 쓸 때 획이 흔들리거나,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고, 스마트폰 자판을 정확히 누르기 어려워지는 식이다.
특히 긴장하거나 집중할 때 떨림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뇌의 운동 계획 기능과 실행 기능이 동시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단순한 근육 문제와는 양상이 다르다.

손가락이 굳고 펴기 힘들어지는 느낌이 반복된다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한 정도를 넘어, 의식적으로 펴야만 손이 펴지는 느낌이 자주 든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관절염과 달리, 이 경우에는 특정 관절만 아픈 것이 아니라 손 전체의 협응력이 떨어진다.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이는 동작이 어색해지고,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이 매끄럽지 않다. 이런 증상은 뇌의 운동 신호 조절 능력이 약해질 때 나타날 수 있으며, 반복될수록 일상 동작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양손 힘의 차이가 갑자기 커진다
치매 초기나 관련 신경 질환에서는 양손의 힘과 사용 능력에 갑작스러운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예전에는 양손을 비슷하게 사용했는데, 어느 순간 한쪽 손만 유독 서툴러지거나 힘이 빠진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한 손으로만 일을 처리하려는 습관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변화는 단순 근력 저하보다 뇌 신호의 좌우 균형이 무너질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손의 변화는 기억력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손가락 증상이 기억력 저하보다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의 병’이 아니라, 판단·운동·집중·공간 인식까지 포함하는 뇌 기능 전반의 변화다. 손은 뇌 상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부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이상 신호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위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신경과나 치매 클리닉이 있는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조기 발견은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