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다수 과학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이 최근 가공육에 사용되는 아질산염 보존제가 ‘암 유발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경고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이 성분이 담배만큼이나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베이컨, 햄, 소시지처럼 우리가 자주 접하는 가공육 제품에는 거의 빠짐없이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지 ‘보존료’ 정도로만 인식하고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아질산염이 왜 위험한지, 특히 아이들에게는 왜 더 치명적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질산염은 발암물질로 바뀔 수 있는 화학 성분이다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은 고기 색을 유지하고 부패를 막기 위한 용도로 가공육에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이 성분이 체내에서 ‘니트로사민’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온에서 조리되거나 위산과 반응할 때 이 변화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소량이라도 반복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공육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단순한 보존제가 아니라 생화학적으로 위험성이 큰 성분인 셈이다.

성장기 어린이는 성인보다 해독 능력이 떨어진다
아이들의 간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에 해로운 물질에 대한 해독 효율이 낮다. 아질산염이 체내에서 변형된 발암물질로 바뀔 경우, 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 방어 체계가 미성숙해 피해를 더 크게 입을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체중당 섭취량 기준으로 보면 성인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는 셈이 된다.
햄이나 소시지를 반찬이나 간식으로 자주 섭취하는 습관이 있는 아이일수록 위험도는 더 커진다. 짧은 기간에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된다면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 대장암, 위암과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영국과 프랑스의 대규모 역학 조사에서는 아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가공육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대장암과 위암의 발생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아질산염 함량이 높은 식단을 유지한 집단은 다른 그룹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최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장기간 노출된 성인뿐 아니라, 어릴 때부터 섭취를 시작한 경우 위험이 더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 식습관이 곧 암 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무첨가’ 표시 제품도 아질산염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무방부제’, ‘무첨가’로 표시된 제품이라도 아질산염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천연 성분에서 유래했다며 셀러리 분말, 비트 추출물 등의 이름으로 우회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자연 유래 성분도 체내에서는 결국 아질산염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용 소시지나 햄 제품이라고 해서 더 안전한 건 아니다.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가능한 한 가공 과정을 줄인 자연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부모가 구매할 때부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잦은 섭취보다는 주 1~2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매일 소시지나 햄을 먹게 두는 것은 장기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다. 아질산염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공육의 빈도를 줄이고, 섭취할 때도 끓이거나 데쳐서 먹는 방식이 더 안전하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아질산염의 발암 전환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가공육 자체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바쁜 아침이나 도시락 구성 시에도 신선한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습관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