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디언 이경규가 약물 운전 논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직접 밝혔다. 그는 당시를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하며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이경규는 15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 프로그램 ‘남겨서 뭐하게’에서 “내 이야기할 것이 많다. 약물 운전”이라고 말하며 조심스럽게 화제를 꺼냈다.

MC 이영자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후배들은 너무 놀랐다. 아파서 쓰러질까 봐 걱정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이경규는 “살면서 죽음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다. 굉장히 심각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트라우마가 오래갔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예전에 ‘파출소 피하면 경찰서 나온다’는 농담을 많이 했는데, 진짜로 파출소도 가고 경찰서도 갔다”며 “포토라인에 선 사람 아니냐”고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또한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예전엔 후배가 ‘악플을 보면 괴롭냐’고 물었을 때 ‘대부분 사람은 너한테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막상 당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모든 세상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의 담담한 고백에 스튜디오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고, 출연진들은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 2일 이경규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그는 지난 6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경규는 자신의 차량과 같은 차종의 타인 차량을 몰고 사무실로 향하던 중 절도 의심 신고를 받아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는 음성이었으나, 약물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검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서 그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이경규가 버스를 들이받거나 차도를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세차장에서 벽을 들이받거나 신호를 위반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경규는 지난 6월 24일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공황장애 약을 먹고 몸이 아플 때는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걸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소속사 ADG컴퍼니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경규는 약 10년간 공황장애를 앓아 왔으며,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전날 증상이 악화돼 약을 복용했고, 다음 날 병원 진료를 위해 직접 운전하게 됐다”며 “복용한 약은 모두 합법적으로 처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이경규는 방송 활동을 이어가며 조금씩 평정심을 되찾는 모습이다. 그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